설날 아침, 예전보다 조용해진 마음으로
오늘은 설날입니다.
어릴 때는 이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새 옷을 입고,
차례상을 준비하는 어른들 곁을 맴돌며
괜히 들뜬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때의 설날은
항상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웃음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목소리.
집 안이 좁게 느껴질 만큼
사람들로 채워져 있던 날이었습니다.
요즘의 설날은
조금 다릅니다.
예전만큼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아도,
조용히 흘러가는 하루가
이상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떡국을 한 그릇 준비해 두고
천천히 국물을 떠먹으며
한 해가 또 시작되었음을
혼자서도 충분히 실감하게 됩니다.
꼭 많은 인사를 나누지 않아도,
시끌벅적하지 않아도
설날은 설날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명절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릴 적에는
무언가를 받는 날이었다면,
어른이 된 뒤에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날이었고,
지금은
조용히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날에 가깝습니다.
지난 한 해를 떠올리면
잘한 일도 있고,
마음에 남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또 한 번의 설날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괜히 고맙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거창한 다짐 대신
작은 바람 하나만 마음에 두려고 합니다.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해,
무사히 지나가는 한 해,
그리고
나 자신을 놓치지 않는 시간들.
설날 아침,
예전보다 조용해진 마음으로
그저 새해를 맞이합니다.
지금의 이 속도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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