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건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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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끔,
나이가 든다는 걸 큰 사건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느낍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이 예전보다 조금 빨라졌다는 것,
커피를 마실 때 자연스럽게 “속부터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것,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다 말고
굳이 가리지 않아도 될 표정을 그대로 두게 되는 순간들.

어느 날은 계단을 오르다 잠깐 숨을 고르면서
“아, 이게 바로 지금의 나구나” 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괜히 부정했을 텐데,
요즘은 그조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무언가를 더 많이 가지는 일인 줄 알았는데,
지금 느끼는 건 오히려 덜어내는 쪽에 가깝습니다.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들,
누군가에게 꼭 이해받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

예전에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이유를 붙이고
괜히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썼다면
이제는 그냥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하고 넘길 줄 알게 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고를 때도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재미있는 사람보다는 편안한 사람,
대화가 많은 사람보다는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같이 있어도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이제는 훨씬 소중해졌습니다.

그게 아마
나이가 든다는 느낌의 정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요즘은
어디까지 왔는지를 가끔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멀리 와 있더군요.

잘한 선택도 있었고,
후회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됐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젊음을 잃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급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시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여유.

요즘,
그런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걸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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