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를 조용히 끝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은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 예전보다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어둠이 내려앉는 속도도,
집 안이 조용해지는 순간도
괜히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날도 아니고,
크게 지친 하루도 아니었는데
저녁이 되면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듭니다.
누군가에게 하루를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예전만큼 크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면
괜히 불을 하나만 켜 두고 앉아 있게 됩니다.
밝을 필요도 없고,
완전히 어두울 필요도 없는 정도의 빛.
그 아래서
차 한 잔을 마시거나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루가 천천히 접히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는
이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고,
하루를 그냥 보내버리는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이 바빴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잠이 오지 않더군요.
생각을 정리하려 애쓰지 않아도,
감정을 붙잡고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해줬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누구의 반응도 필요 없는 순간이
이제는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하루의 시작뿐 아니라
하루를 끝내는 방식도 달라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마무리된 하루는
크게 성과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무사히 지나온 날이라는 걸
요즘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불을 끄기 전,
잠시 앉아 있는 이 시간이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기보다
오늘을 잘 보내줬다는
작은 확인처럼 느껴집니다.
요즘의 저는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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