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조금 빨리 찾아오는 날들이 있습니다.
알람이 울리기 전인데도
눈이 먼저 떠지는 그런 날요.
예전 같았으면
다시 잠을 청했을 텐데,
요즘은 그냥 그대로 둡니다.
괜히 애써 하루를 밀어내고 싶지 않아서요.
창밖은 아직 조용하고,
집 안에는 소리보다 빛이 먼저 들어옵니다.
그 시간에 커피를 한 잔 내려놓고 있으면
하루가 시작되기 전,
나만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은
아무 일도 없는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도 없고,
누구에게 설명할 일도 없는 순간.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시간 말입니다.
예전엔
이런 시간을 두고
“낭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 생산성도 없는 시간,
아무 결과도 남기지 않는 시간이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런 시간이 없으면
하루가 버거워집니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든다는 건
무언가를 더 채우는 일이 아니라
속도를 줄이는 연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을 아끼게 되고,
약속을 고르게 되고,
사람을 만나도
오래 있지 않아도 괜찮아지고.
그 대신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게 됩니다.
침묵이 길어져도 불안하지 않고,
아무 생각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요즘의 저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보다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자주 돌아보게 됩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됐던 순간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날들,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는 걸
조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아침이 빨리 찾아오는 날,
그 조용한 시간에 앉아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속도도
나쁘지 않다고.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다고.
요즘은
그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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